아인 카림(성모님 엘리사벳 방문 성당,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 | |
작성일 : 2015-12-24 조회 : 7102 | |
아인 카림(Ein Karem)은 예루살렘 서남쪽으로 7~8㎞쯤 떨어져 있는 계곡 속에, 포도나무와 올리브나무들로 가득한 아주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다. ‘포도밭의 샘’이란 뜻의 아인 카림은 1948년 이전까지는 이슬람과 그리스도인이 함께 살고 있었던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1948년 아랍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하게 되자 기존의 아랍인은 이 지역을 모두 떠나갔다. 이스라엘이 승리하자 유다인이 아인 카림을 점령했고, 이스라엘은 법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아랍인들을 추방했고, 유다인들이 정착하게 됐다. 요한 세례자의 출생지 물론 성경에는 아인 카림이라는 지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인 카림은 요한 세례자의 출생지와 처녀 마리아가 친족 엘리사벳을 방문한 장소로 예로부터 유명하다. 요한 세례자는 예수님과 거의 동시대를 살았고 예수님과 아주 가까운 인척이었다. 요한 세례자는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인 즈카르야와 성모님의 친척 엘리사벳의 아들로 예루살렘 남서쪽에 위치한 아인 카림에서 태어났다(루카 1.57-66). 아인 카림이 더 유명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교 순례자들이 즐겨찾는 ‘성모님 방문 성당’과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이 있어서다. 세례자 요한 탄생 기념 성당에 들어서면 성경에서 언급하는 요한 세례자의 탄생 이야기에서 보듯 하느님 섭리를 느끼게 된다(루카 1,5-25). 이 성당은 5세기쯤에 세워졌지만 파괴됐다가 십자군 시대에 재건됐다. 그 후 이슬람 침입으로 완전히 파괴됐다. 현재의 기념 성당은 17세기에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복구를 시작해 1885년에 보수하고 개축한 성전이다.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 벽에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뻐하며 노래한 아버지 ‘즈카리아의 노래’가 여러 나라 말로 적혀 있다. 한글 노래도 걸려 있어 반갑다. ‘세례자 요한 탄생 성당’에서 약 1㎞ 떨어져 있는 ‘성모님 방문 성당’으로 가다 보면 주차장 옆에 있는 ‘마리아의 샘’을 만나게 된다. 이 샘은 14세기부터 마을 사람들에 의해 ‘마리아의 샘’으로 불리고 있다. 그 위에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마리아의 샘’을 지나 한적한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산 중턱에 아담한 기념 성당이 기다리고 있다. ‘성모님 방문 성당’은 나자렛의 ‘성모 영보 대성당’과 함께 가장 중요한 성모님 성지 가운데 하나다. 천사로부터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처녀 마리아는 유다 산골 즉 아인 카림에 사는 즈카리아의 집을 방문, 사촌 언니 엘리사벳을 만난다.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루카 1,39-40). 마리아를 본 순간, 엘리사벳은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하며 감격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와 태중의 예수님을 반갑게 맞았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집에 약 3개월간 머물렀다(루카 1,56). 이렇게 엘리사벳은 구세주를 기다리는 전 인류의 상징이 됐고, 마리아는 구원을 전하는 공동체인 교회의 상징이 됐다. 나자렛에서 130㎞ 넘는 먼 거리 성경에서는 마치 가까운 동네를 방문하는 것처럼 간단하게 서술돼 있지만 성모님이 계시던 나자렛에서 산악 지방 아인 카림까지는 실제로 130㎞가 넘는 아주 먼 거리다. 서둘러 걸어도 사나흘이 족히 걸리며 산을 넘어야 하는 험한 길이었다. 현재 두 분의 만남을 기념하는 성당 앞마당에는 두 분이 임신한 배를 맞대고 있는 재미있는 기념석상이 있으며 성당 담벽에는 성모님의 노래 ‘마니피캇’이 전 세계 언어로 새겨져 부착되어 있다. 참고 자료 2. 예루살렘 남서쪽 외곽으로 나가면 ‘에인 케렘’이라 불리는 마을이 있다. ‘포도원의 샘’이라는 뜻으로, 철마다 꽃이 피고 푸른 수목이 우거져 무척 아름답다. 이른 봄에는 편도꽃이 만발해, 어린 요한이 뛰놀며 아몬드를 따먹었을 광경을 상상하게 한다. 에인 케렘은 성모님이 나자렛에서 수태고지를 받은 뒤 엘리사벳을 찾아 보신 곳이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에인 케렘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 지명이지만(루카 1,52에는 ‘유다 산골’로만 언급되었다), ‘벳 케렘’(예레 6,1)과 같은 곳이라고 추정한다. 히에로니무스 성인은 벳 케렘이 예루살렘과 트코아(예루살렘 남쪽)사이의 한 산지로 보았는데, 위치도 얼추 들어 맞는다. 벳은 ‘동네’ 또는 ‘집’, 케렘은 ‘포도원’을 뜻하니, 지명도 에인 케렘과 비슷하다. 예루살렘 성전까지는 걸어서 하루가 조금 안되는 거리이므로, 즈카르야가 사제 직무 때마다 왕래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즈카르야가 아내의 잉태소식을 들은 것도 성소에서 분향을 하던 도중이었다(루카 1,8-20). 에인 케렘의 한 등성이를 올라가면, 중턱에 ‘성모 방문 성당’이 나온다.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여름 별장으로 전해지는데, 엘리사벳이 다섯 달 동안 숨어지낸 곳이라 한다(루카 1,24 참조). 암브로시오와 토리노의 막시모 성인은, 엘리사벳이 늙은 나이에 임신하자 당황한 나머지 외딴 산골로 몸을 숨긴 것이라고 보았다. 아니면, 즈카르야가 수태고지를 받고도 믿지 않아 입이 함구되었으므로, 엘리사벳 또한 때가 될 때까지 주변에 알리지 않으려고 은둔했을 가능성도 있다. 마리아도 그로부터 여섯 달 뒤, 곧 자신의 수태고지를 들을 때에야 소식을 접하고(36절) 길을 떠난다. 나자렛에서 에인 케렘까지는 백 킬로미터 이상 되는 거리다. 갓 임신한 여인이 오려면 꼬박 며칠이 걸렸을. 당시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가졌다는 두려움보다, 하느님이 자신을 도구로 삼으셨다는 기쁨에 넘쳤던 것 같다. 그래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요한을 품게 된 환희에 젖은 엘리사벳을 방문한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인사말을 듣는 순간 성령으로 가득 차고, 태중 아기는 기뻐 뛰놀았다. 요한이 즐거워한 까닭은 마리아 태안의 주님과 가까이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천사의 예언(루카 1,15ㄴ)대로 요한은 태중에서 이미 성령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성령으로 가득 찬다는 것은 예언의 은사를 받게 되었음을 뜻한다. 성령이 주시는 은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예언의 은사다(1코린 14,1). 요한은 주님의 날을 준비하려고 세상에 나온 엘리야 같은 예언자였다(말라 3,23 마태 11,14). 엘리사벳도 예언자적 은사를 발휘한다. 엘리사벳은 당시 존경받는 사제의 아내이자 노년기에 접어든 부인이었다. 그런데 연배로나 지위로 한참 아래인 마리아에게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라고 축복한다. 마리아가 방문하게 된 자초지종을 듣기도 전이었는데 말이다. 엘리사벳의 축복은, 우찌야 장로가 민족을 구한 유딧에게 ‘그대는 이 세상 여인들 가운데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가장 큰 복을 받은 이요.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시기를 바라오’(유딧 13,18)라고 축복한 말을 떠올리게 한다. 곧, 엘리사벳은 유딧을 축복한 말은 마리아에게, 하느님을 축복한 말은 태중 성자에게 돌린 것이다. 예언의 은사로 모든 것이 주님의 뜻임을 미리 알았던 까닭이다. 그래서 루카 복음에서는 엘리사벳이 예수님을 주님이라 부른 첫 인물이다. 이에 마리아는 ‘마니피캇’으로 답한다(라틴어 성모찬송의 첫머리인 ‘찬송하고’라는 말이 제목이 되었다). 이 찬송에서 마리아는 자신을 ‘주님께서 들어 높이신 비천한 자’의 전형으로 본다(루카 1,48.52). 주님의 자비(54-55절)는 성조들에게 약속하신 ‘계약’을 가리킨다. 곧, 마리아는 보잘것없는 자신이 계약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음을 기뻐한 것이다. 주께서 나자렛 시골의 어린 처녀를 택하시어, ‘아브라함을 통해 세상 만민이 축복 받으리라’(창세 12,3)는 약속을 실현시키려 하시기 때문이다. 다윗과 맺으신 영원한 계약(2사무 23,5)도 자신을 통해 이루어지려 하니(루카 1,32-33), 마리아는 기쁨에 넘쳐 주님을 찬송하고 엘리사벳이 해산할 무렵까지 에인 케렘에 머물러 있었다(56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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