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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의 성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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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 게시글
예루살렘 성전
작성일 : 2015-12-14     조회 : 2868

예루살렘 성전 첨부파일 : 1450073478.jpg


예수님이 광야에서 사십 일간 단식하실 때, 사탄은 주님을 거룩한 도성, 곧 예루살렘으로 데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운 후, 밑으로 몸을 던져 보라고 유혹했다(마태 4,4-6). 사탄이 주님을 시험했던 그 성전은 폐허가 되어 현재는 이슬람 사원이 자리 잡고 있지만, 성전의 바깥벽들이 지금껏 남아 그때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신약 시대 성전은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헤로데 임금의 작품이었다. 헤로데는 건축왕으로서, 이스라엘에서 손꼽히는 유적지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 가운데 예루살렘 성전은 단연 최고의 작품이었고, 예수님도 그곳에서 가르치셨다.

 

예루살렘에 최초로 성전을 봉헌한 이는 기원전 10세기경 솔로몬이다. 그는 ‘모리야 산’에 ‘주님의 집’을 지었는데(2역대 3,1), ‘모리야’는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려 한 곳이다(창세 22,2). 또 고대 전승에 따르면, 하느님은 바로 이 산에서 천지창조를 시작하셨다고 한다(탈무드 요마 54B). 그러나 솔로몬 성전은 기원전 6세기 초 바빌론에 의해 무너졌고, 약 50년 후 유다인들이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왔을 때 즈루빠벨의 주도로 제2성전을 봉헌했다. 그리고 헤로데가 나중에 그곳을 웅장한 규모로 재건한다.

 

그가 제2성전을 다시 지은 까닭은 유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아버지는 이두매아(에돔) 사람, 어머니는 나바테아 여인으로서, 유다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헤로데는 자기 왕위의 정통성을 확인받기 위하여, 하스모니안 공주 마리암과 정략결혼을 했다. 그러나 그가 대국민적인 미움을 받았을지언정, 건축사에 남긴 업적만큼은 대단하다. 특히 성전 공사는 기원전 20~19년부터 그가 죽은 후에도 서기 64년까지 계속되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굉장했던 것 같다. 헤로데는 성전을 최대한 웅장하게 지으려고 모리야를 평평하게 깎아 오백 미터 길이의 광장을 만들었으며, 그 위에 성전을 개축했다. 성전 공사에 사용된 돌은 대부분 2~3톤이었고, 가장 큰 돌은 무게 570톤에 길이는 13미터로 버스보다 길었다. 이 돌들은 모리야 산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북쪽을 채석하여 충당했다고 한다. 게다가 헤로데는 종종 자기가 사용한 돌에 독특한 문양을 새겼으므로, 그의 건축물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아브라함의 가족이 묻힌 헤브론의 ‘막펠라’ 동굴도 같은 문양의 돌로 지어졌기에, 헤로데가 재건한 건물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성전의 압도적인 위용에도, 세속 시장처럼 변질되어버린 타락상을 꾸짖으셨다(요한 2,16). 일견, 희생 제물과 성전세를 바치는 등 많은 활동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열매 없이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처럼(마르 11,12-14) 공정과 정의를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강도들의 소굴’이 되어 버린 성전에서 양과 소를 몰아내고 환전상과 상인들을 내쫓으셨다(마태 21,12-13). 이 모습은, 예레미야가 제1성전을 강도들의 소굴이라 꾸짖었던 신탁을 떠올리게 한다(예레 7,11). 즈카 14,21에 따르면, 신약 시대 이전부터 성전에 장사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한편, 예수님이 성전에서 짐승들을 몰아낸 것은, 동물 제사를 폐기하심을 상징적으로 예고하는 의도도 있었던 듯하다. 예수님을 통해 희생 제사가 모두 완성되므로, 죄 사함을 위한 제물이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히브 7,27).

 

역사는 반복한다고 했던가? 기원전 6세기 초 강도들의 소굴처럼 더럽혀진 성전을 하느님이 버리신 것처럼(에제 10장),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기쁨이자 자랑거리인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파괴되리라 예고하셨다(마태 23,37). 그리고 서기 70년, 열혈당원들의 봉기를 진압하던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 의해 그 예고가 실현되었다. 현재 그 자리에는 성전에 관련된 유적들은 거의 없고, 이슬람 사원이 팔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순금의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황금 사원은 이슬람의 예언자 모하메드의 승천을 기념한다). 그러나 주님의 몸이 성전이 되셨고(요한 2,21), 또 주님의 희생 제사로 우리 모두가 성전이 되었으니(1코린 3,16), 당신 거처를 백성들 사이에 두겠다 하신 하느님의 약속은(에제 37,28) 지금도 변함없다. 모리야 산은 과거 헤로데 성전의 웅장함이 무색할 정도로 빈터가 되어 버렸지만, 그 옛날 솔로몬 때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출처 : 가톨릭신문 “이스라엘 이야기” 김명숙(소피아)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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